세븐틴 콘서트와 함께한 며칠 간의 일기 

 

꽤 오랜만의 콘서트이기도 했고 친구들 잔뜩 만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쉬기도 푹 쉰 아주 멋진 휴가 주간이었기 때문에 이 기간의 일상은 따로 기록해두고 싶었다

그동안 공부하느라 바빠서 만나지 못했던 투가 큼지막한 프로젝트를 드디어 마무리 지었다 그 끝에 얻은 휴가를 우리집에서 나와 함께 보내기로 해서 커다란 짐가방을 들고 서울에 와줬다 같이 콘서트도 보고 친구들도 만나고 또 집에서 뒹굴면서 간만에 게으르고 알찬 피서를 지냈다

 

투한테도 포토푀를 대접하고 싶어서 미리 재료를 손질하고 자기 전에 냄비에 한 시간 가량을 푹 끓였는데 덕분에 소세지가 엄청 야들야들하고 양배추도 부드러워서 너무 맛있었다 투가 자꾸 포토푀 천재라고 해줘서 어깨가 하늘까지 올라갔다

 

햄시님 만들어 주기로 했던 비즈 목걸이를 만들면서 투도 나랑 같이 구슬을 꿰고 놀았다 내가 만든 목걸이는 못 찍었지만 투가 만든 팔찌가 귀여워서 찍어둠 중간 중간 과일이 열린 것 같은 구슬 조합이 귀엽다 여름에 딱 어울리는 느낌

하루가 지나서 드디어 콘서트 당일! 티켓팅 성공했을 때부터 만나자고 약속해뒀던 미쿠를 드디어 만났다 콘서트 시작은 꽤 저녁이었지만 좀 일찍 만나서 같이 밥을 먹었는데 고척돔 근처에는 진짜 밥 먹을 데도 없고 쉴 곳도 없어서 애를 먹었다 웨이팅만 한 시간 정도 한 듯… 잠실에서 콘서트 볼 때는 주변 천지가 다 공원이라 쉴 곳도 많고 좀 나가면 밥 먹고 커피 마실 곳도 충분했던 것 같은데 고척돔 근처는 다 도로고 뭐가 없어서 힘들었다

 

그래도 미쿠랑 사라랑 같이 수다 떨고 밥 먹는 내내 너무 즐거웠고 더워서 길바닥에 픽픽 쓰러지고 싶은 와중에도 같이 있어서 계속 정신 붙들고 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미쿠는 내가 상상한 그대로의 귀엽고 말랑말랑한 분위기를 한 소녀라서 너무 사랑스러웠다 우리 다음에 또 봐 …🥺💓

 

아무튼 그렇게 점심 먹고 한참 수다를 떨다가 고척돔 바깥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티켓 수령도 했다 미쿠가 먼저 입장을 하고 나랑 사라는 밖에서 버티다가 입장 시간이 되면 들어가려고 했는데 날씨가 진짜 어마어마하게 덥고 햇볕이 뜨거웠다 이미 한참 밖에 있으면서 더위를 잔뜩 먹은 상태였던지라 버티기가 힘들었다💦

 

잠실이었다면 그냥 울면서 쓰러졌겠지만 다행히 집이 택시로 10분 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결국 택시 타고 집으로 향했다 가보니까 투도 고척돔까지 왔다가 티켓만 받고 힘들어서 집에 돌아와 쉬고 있었다 셋이 같이 열 좀 식히고 에어컨 바람 쐬면서 간식 거리를 먹다가 입장 마감 30분 전 쯤에 다시 고척돔으로 돌아갔다 지금 생각해봐도 이때 중간에 집에 다녀오길 정말 잘한 것 같다 덕분에 무한아주나이스감옥에서 탈주하지 않고 끝까지 버틸 수 있었음

 

오랜만이어서 그랬던 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내내 울컥해서 엄청 울면서 봤다 😂 몇 년만에 이런 기분을 느껴서 감회가 새로웠다 이십 대 초반에는 재수를 하고 삼수를 하면서도 콘서트 소식이 뜨면 꼭 예매를 해서 공연을 보러 가고 공연장에서 친구들과 만나서 하루종일 줄을 서고 수다를 떨고 그러는 게 너무 일상이었는데 코로나 이후로는 계속 온라인 콘서트만 했고 친구들도 다들 나이를 먹고 바빠져서 멀리 사는 친구들을 한 번에 전부 만나서 같이 공연을 보는 게 너무 오랜만이었다 콘서트는 말할 것도 없이 너무 좋았다 직접 공연장에 가서 느끼는 기분은 역시 다르다 오타쿠 감상까지 다 말하려면 너무 장황해 질 것 같으니까 적당히 줄임 … 

 

콘서트 끝나고 눈물을 흘리면서 상봉한 네 여자

 

고척돔은 나가는 길이 많지 않아서 공연장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대로변 쪽으로 쏟아져 나왔는데 그 사이에서 넷이 만나는 것조차도 쉽지가 않았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폰을 쓰기 시작하니까 통신도 안 터져서 카톡이고 전화고 전부 먹통이었다 또 고척돔 앞에 사람들이 돌아다닐 공간도 충분하지 않아서 횡단보도 앞과 인도 안에 사람이 가득차서 정신 없었음 … 그 와중에 어찌저찌 만나서 담배를 피고 잠깐 쉬었다

 

슬슬 돌아가려고 했는데 집까지 차로 10분이면 가는 거리인데도 택시가 아예 잡히질 않았다 그냥 빈 택시 자체가 없었다 버스 정류장에도 사람이 너무 많고 카카오택시도 잡힐 기미가 안보였다 그래서 길가에서 삼사십분 정도를 기다리기만 하다가 사람이 좀 빠진 뒤에 버스를 타고 넷이 같이 우리집으로 돌아왔다

 

콘서트 끝나고서는 뒷풀이를 해줘야 인지상정이니깐 ~

 

새벽까지 한참 수다를 떨고 좋았던 것들을 얘기하고 또 간만에 근황 이야기도 하고 주린 배를 채웠다 하루종일 기를 다 빼는 바람에 다리도 후들거리고 여기저기 욱씬거렸지만 기분은 너무 들뜨고 신나서 에너지가 넘쳐 흘렀다 다들 눈은 졸린 눈인데도 신나서 같이 얘기하는 게 너무 웃기고 즐거웠음

 

나는 티켓팅을 하루만 했었던지라 둘째날 한 막콘은 집에서 온라인 라이브로 시청했다 사진 찍어둔 게 없어서 캡쳐짤로 대신함 🍊💦 오랜만에 빔 프로젝터도 꺼내서 설치하고 아이패드랑 연결해서 봤는데 생각보다 볼만했다 집에서 봐도 눈물이 나는 건 똑같아서 나랑 사라는 내내 울었다 … 이십대 후반의 울보 순덕 여성 둘 … 아무튼 하루는 공연장에서 보고 하루는 라이브로 보는 거 나쁘지 않은 거 같다 전날 무대 보느라 못봤던 장면들도 볼 수 있고

 

공연이 전부 끝나고 나서는 집에서 라이브 같이 본 사라랑 나망이, 또 콘서트장에서 돌아온 투까지 다 같이 모여 밥을 먹었다 요리를 이것저것 하느라 늦어져서 차려둔 음식 먼저 먹으라고 말했더니 다들 너 안오면 안 먹을 거라고 해서 웃기고 귀여웠음

콘서트가 전부 끝나고 다른 친구들하고 헤어진 뒤에도 투랑은 며칠을 더 놀고 뒹굴거렸다 같이 카페 가서 필사도 하고 책도 읽고 게임 이야기도 하고 근황 이야기도 하고 … 오랜만에 만나는 거라서 너무 좋았는데 거의 일주일 가까이 같이 있을 수 있어서 더 더 좋았다 마지막 날에 나는 일정 때문에 나가봐야 해서 돌아가는 투 배웅을 못 해줬는데 집에 돌아오니까 투가 나 먹으라고 주문해둔 요거트와 과일 크로플이 있어서 너무 감동이었다 🥺

 

여러가지 핑계로 학원도 2주나 빼고 작업도 안하면서 푹 쉬었던 휴가 주간, 여전히 살짝의 죄책감은 있었고 밀린 작업에 대한 압박도 있었지만 그래도 전부 괜찮다 그동안 힘들었던 것 혼자 고민했던 것도 친구들과 나누면서 더 가벼워졌고 콘서트 보면서 스트레스도 잔뜩 풀었으니까

 

친구들하고 세븐틴 때문에 처음 만나서 공연을 함께 보고 친해졌던 게 벌써 6년 전 이야기다 서로가 각자의 이유로 너무 바빠졌음에도 여전히 같은 이유로 전처럼 모일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다 앞으로도 이런 핑곗거리가 종종 있었으면 그래서 또 모여서 왁자지껄 웃고 떠들고 신나게 스트레스 풀고 놀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