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여름을 맞이해 한껏 뜨겁던 6월의 밀린 일기
요 아이로 설명할 것 같으면 나름 서사가 있는 아이로써 … 저는 키티 스트랩이라는 것을 사본 적도 없고 모아본 적도 없는데 저의 친구 외미가 올린 사진 속의 요녀석을 보고 사랑에 빠져 버리고 만 것입니다.
너무 귀엽고 달랑달랑 움직이는 팔다리가 바보 같아서 한눈에 반했다 탐나고 가지고 싶어서 혹시 내가 사면 안되겠냐고 했더니 외미가 그냥 보내주겠다고 했다 자기가 보기에는 너무 못생겨서 파양하겠다고 😂 그래서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넙죽 받았다
폰케이스 꼬다리에 달아둔 채로 한참을 지내다가 지금은 지갑에 달아놨다 조금만 흔들어도 팔다리가 휘적휘적 달랑달랑하는 게 너무 웃기고 귀여움
못난이 검정콩 키티 스트랩아 내가 오래오래 사랑해줄게
그리고 6월 2일 저녁 여덟 시에는 대망의 세븐틴 콘서트 티켓팅이 있었어요
블로그에 세븐틴 얘기는 한 번도 안한 것 같은데 나는 2015년 겨울부터 세븐틴을 좋아해온 고인물 캐럿둥이다 팬싸나 공방 같은 건 한 번도 간 적 없지만 콘서트나 팬미팅은 전부 빠지지 않고 참석해왔는데 코로나 때문에 3년이나 오프라인 콘서트를 즐기지 못했다 매번 콘서트 때마다 만나던 친구들도 만나지 못했고 …
그런데 내가 티켓을 잡아버림 인터파크 서버가 터진 와중에 혼자만의 힘으로 플로어 중앙 쪽 자리를 잡아 냈다 티켓 잡아놓고도 믿기지 않아서 하루종일 멍 때렸다 실물 티켓 받기 전까진 계속 꿈 같았음
또 6월 초에는 조조네 새집에 집들이를 다녀왔다 가는 길 내내 어쩐지 혼자 여행길에 오른 기분이었다 만나서는 밤이 늦도록 수다를 떨고 맛있는 걸 먹고 호그와트 성 레고를 조립하고 하염없이 뒹굴거렸다
밤마다 꼬박꼬박 시를 열심히 읽었다 꽤 오래 붙잡고 읽은 양안다의 『숲의 소실점을 향해』
내가 끓인 포토푀 ~ 사진 보니까 또 해먹고싶네
요리를 잘하는 편도 아니고 자주 하는 편도 아니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요리가 한 두 가지씩 꾸준히 늘고 있다 포토푀는 재료를 손질해서 푹 끓이기만 하면 돼서 간단하다 양배추가 잔뜩 들어가서 속도 든든하고 편하다
6월부터는 수수와 같이 학원에 다니게 됐다 내가 잘 다니고 있던 곳이라 소개를 시켜줬는데 대기가 끝나고 드디어 수수 차례가 와서 이제부터는 토요일마다 만난다 수수가 고맙다고 샌드위치랑 커피를 사줬다
학원 다닌지도 벌써 꽤 됐다 포트폴리오 만들면서 취준하는 내내 혼자 이 길을 걷는다는 느낌이 들 때면 고단하기도 했는데 같이 다닐 사람이 생기니까 좀 신난다 학부 때도 많이 했던 생각이지만 비슷한 공부를 하고 비슷한 일을 하는 누군가가 도처에 있다는 건 무척 다행이고 또 행운인 것 같다 혈혈단신 혼자서만 해왔다면 여기까지도 오지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들고 그래서 나랑 비슷한 공부를 하는 동생을 더 많이 도와주고 싶고 그런 마음이다
아무튼 나는 모교에 간 덕분에 이 전공을 만나게 된 게 여러모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취준 자체는 고단하고 포트폴리오만 계속 붙잡고 있는 것도 지치긴 하지만 전공 자체는 잘 맞아서 무척 즐겁고 더 많이 알고 싶다
나는 카키색을 정말 좋아하는 듯 … 예전에는 파란색이 제일 좋았는데 요즘은 초록 계열의 색들이 더 눈에 들어오고 좋다 그리고 내가 초록 계열의 색이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이건 나만의 착각일지도?!
언제 어디서든 꼬박꼬박 밥은 잘 챙겨먹습니다
널찍널찍한 자리가 좋아서 한동안 출근하듯이 자주 간 카페
소영과 함께하게 된 북클럽 〈재채기〉 참여를 위해 열심히 책을 읽었다 사실 나는 다독가도 아니고 애독가도 아니고 시집만 골라 읽는 편식가지만 한 달에 한 권 정도는 시집이 아닌 책을 완독하고 싶다는 마음에 함께하기로 했다
창가엔 화분을 두고 침대 위에 깐 돗자리 위에 누워서 시집을 읽으며 뒹굴대던 오후의 나날들
양안다의 글은 몹시 섬세한데도 불구하고 추상적인 느낌이 드는 부분이 있다 내 안에서 얽혀 있는 감정들을 구체적이고 정확한 단어로 짚어주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얽혀 있음 그 자체를 글로 적어 드러낸 것 같다고 해야하나 말로 표현이 잘 안되지만 아무튼 … 적힌 문장들을 보고 있으면 시의 구절이라기보다는 누군가의 일기에 남겨진 글 같았고 그래서 좋았다
'아무도 커튼을 내려 주지 않았지만 나 역시 창문 따위 바라보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