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아니고 내생일축하의 달이 도래했다

 

5일은 어린이날 8일은 어버이날 7일은 내 생일날이랍니다

 

코코가 내 생각 나서 샀다며 준 귀여운 뜨개 지갑

 

자정에 책상 앞에 앉아있었는데 누가 벨을 눌러서 화들짝 나갔다 코코가 불 붙은 초가 꽂힌 조각 케익을 들고 복도에 서 있었다 카카오톡 메세지 받는 걸 제외하고 열두 시가 되자마자 축하 받는 건 처음이었다 그게 뭐라고 그렇게 기분이 좋았는지 

 

코코는 일 때문에 주말 출근 나가는 길이라고 했는데 회사에 가기 전에 택시를 타고 우리집까지 와줬다 바쁜 와중에 또 들러준 게 찡했다 저번에 이미 생일 선물도 다 줬으면서 손에 뭘 잔뜩 들고 와서 고마우면서도 미안했다 편지를 읽고서는 또 눈물을 찔끔 흘렸다

 

언니는 나를 만나 기쁘다고 하지만 나는 언니를 만나서 다행이다 나도 언니를 만나서 인생이 한 단계 더 행복해졌다 가끔은 내가 언니를 너무 졸졸 따라다니는 거 같아서 고민인데 언니는 종종 자기가 나를 너무 귀찮게 한 거 아니냐고 묻는다 그게 웃기고 좋다 내가 친구들과 함께라는 사실만으로 나는 인생을 한참 더 오래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재작년의 나는 하지 못하던 걸 지금의 나는 아마도 할 수 있다 그런 용기가 내 안에 생겼다

 

학원을 다녀온 뒤 저녁에는 친구들이 모두 우리 집으로 모여서 축하를 해줬다 내가 미리 사뒀던 지유가오카 케이크와 친구들이 가져온 청포도맛이 나는 젤리 케이크를 같이 꺼내 두고 다같이 불러주는 생일 노래에 맞춰 촛불을 껐다 친구들이 맛은 상관 없고 나 주려면 무조건 귀여운 케이크를 사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고 해서 그게 너무 웃겼다

 

다들 일정이 따로 있고 각자 다 많이 바쁠 때라서 늦게 모인 게 아쉬웠는데 짧은 만남이었는데도 아쉬운 게 싹 날아갈만큼 즐거웠다 학원 다녀온 날은 매번 많이 지치는데 새벽에 잠 들기가 싫었다 내일이 되고 이 시간이 지나가는 게 싫어서

 

선물로 받은 아이묭 굿즈 타월 너무 귀엽고 우리 집에 잘 어울린다 받은 날 저녁 바로 벽에 걸었다

새벽에는 나망이랑 같이 〈나의 지구를 지켜줘〉 사운드 트랙을 들으면서 구슬 꿰기를 했다 책갈피 만드는 것도 그렇고 팔찌나 반지나 이런 키링 만드는 것도 그렇고 잡생각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다 나는 명상을 해도 생각을 멈추는 게 안되는 사람인데 이런 걸 하고 있으면 속 시끄러운 게 싹 가라앉고 조용해진다 나망이도 그게 마음에 들었는지 이거 왜 이렇게 재밌냐고 계속 물어봐서 웃겼음 새벽 여섯 시까지 구슬 꿰기를 하고 해가 다 뜨고 나서야 등을 대고 누웠다 다음에 또 해야지 빠른 시일 안에

 

친구들이 준 편지를 모두 모아뒀다 자주 읽고 힘을 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