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해에 들어선 뒤로 정신 없는 나날이 이어져 여지껏 일기를 쓰지 못했다 기억나는 대로 지난 날짜의 일기들도 틈틈이 올려야겠다 

 

춘삼월 되자마자 겪은 수난시대 바로 오미크론 확진

 

2월 막바지부터 일주일 가까이 증상이 있어서 뭔가 이상하다했는데 아무리 키트를 해 봐도 계속 음성만 떴다 일주일 동안 거의 열 개 가까이 키트를 썼는데도 양성이 안 나오니 답답해 돌아가시는 줄 알았음 이때까지만해도 키트 양성만으로는 확진 인정이 안 되고 PCR 검사에서까지 양성이 나와야만 확진이 인정 됐는데 증상이 분명 오미크론인데도 확진 판정을 받을 수 없으니 일상생활을 할 수도 없고 안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오도가도 못하고 불안한 상태로 계속 있느니 차라리 확진 받는 게 낫겠다 싶었다

 

아무튼 2월 마지막 날 드디어 양성이 떴고 그 길로 곧장 검사소로 달려가 검사를 받았다 사람이 많아서 검사 받기까지만 거의 네 시간 정도가 걸렸고 다음 날인 삼일절 아침에 바로 확진 문자를 받았다

 

결과 알기 전 사람 없는 옥상에서 마지막으로 담배 피던 때

 

졸업한 이후로 평소에도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만 보내니까 자택치료로 격리하는 거 별로 힘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꽤 힘들었음 혼자 사는 처지라 집안 가사를 전부 내가 처리해야 하는데 쓰레기를 버리러 나갈 수도 없고 장을 보러 마트나 편의점에 갈 수도 없고 꽤 곤욕이었다

 

그나마 좀 공간이 있는 이 집에서 격리하니까 다행이지 이전 살던 자취방에서 격리했다고 생각하면 진짜 답답해서 못 버텼을 거 같다 3차까지 다 맞은 덕분인가 나는 증상도 견딜만 했고 기침도 지금은 완전히 멎었다

격리하는 김에 집에서 책갈피를 열심히 만들었다 친구들한테 선물도 해주고 구매하고 싶다는 분들이 계셔서 소량 판매도 하고

 

또 책갈피 만들고 계속 만들고… 이거 말고 별로 한 것도 없어서 사진도 별 게 없음

 

백신 주사 맞았을 때도 그랬는데 이번 오미크론 때도 잠이 엄청 쏟아졌다 종일 자다 잠깐 일어나면 밥 시켜 먹고 소화시킬 겸 앉아서 책갈피 만들고 포켓몬 유나이트 하고 또 소화 다 되면 자고 이런 생활의 반복이었다

 

파리바게트 크림샌드인가 아무튼 그거 먹었던 게 생각나서 컬리에서 비슷한 걸 주문해봤는데 좀 느끼했음 파리바게트 거 먹었을 땐 맛있었는데 이건 많이 물렸다

 

일정상 선거날 아침 일찍부터 돌아다녀야 했기 때문에 사전투표날 미리 투표를 하고 왔다 격리 때문에 사전투표도 못할까봐 걱정했는데 확진자가 투표할 수 있는 시간이 따로 정해져있었다 집 안에만 갇혀있다가 나가니까 한 시간 조금 넘는 그 외출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던 

그리고 드디어 대망의 격리해제날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기분 좋은 오전을 보내고 해가 쨍쨍한 시간에 안양천을 따라 산책했다 마침 날씨도 딱 봄 초입의 날씨라 바람도 선선하고 좋았다

너무 오랜만의 산보클럽 🏃‍♀️

 

산책 후엔 안양천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코코를 만났다 이때도 사실 책 읽자고 만났는데 정작 책은 한 글자도 못 읽고 해가 지도록 이런저런 얘기들만 가득 나눴다 그리고 저녁엔 코코네 집에서 같이 피자를 먹고 올나잇으로 수다를 떨었다 어쩜 만날 때마다 수다 떠느라 하루가 다 간다 그렇지만 이런 날들 … 너무 좋지 않아? 

 

어느덧 삼월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벌써 새로운 봄이 왔다 작년의 일기를 보면 감개무량하다 그때의 매일이 아주 오래 전처럼 아득하다 나의 모든 부분이 영원히 멈춘 것만 같이 느껴지던 때가 있었는데 요즘은 하루하루가 다 다르고 그래서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다 그 사실이 무척 두렵고 힘들고 긴장되지만 동시에 말도 안되게 즐겁고 자유롭다 

 

나는 여전히 살아있다 스물 넷의 봄에도 스물 셋의 봄에도 그 이전의 여러 봄에도 죽지 않고 살아야하는 이유를 찾아 골몰했지만 딱히 납득 되는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삶의 의미 같은 것도 잘 모르겠는 건 마찬가지였다 지금도 의미 같은 건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살아있다 이유는 여전히 찾지 못했지만 이제 그런 건 별로 궁금하지 않다 지금의 나한테 중요한 건 내가 어떤 의미를 만들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