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에서 예약해뒀던 밀도 슈톨렌이 이브날 새벽 집 앞에 도착했다 어떤 맛인지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적당히 달고 담백하고 맛있었다 그런데 혼자 먹기엔 꽤 벅찬 양이라 결국 많이 남겼다

원래 슈톨렌은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면서 먹는 빵이라는데 다음에는 좀 더 일찍 예약해서 받아봐야겠다고 생각함

크리스마스 당일 아침에 예약해둔 케익을 픽업하러 다녀왔다 위치도 그리 멀지 않아서 걸어갔다왔는데 오가는 길에 있는 교회 근처에 사람이 바글바글한 걸 보고 괜시리 크리스마스인 게 실감났다

 

서울역에 사라를 픽업하러 다녀오고

커피를 내리고 각자가 가져온 디저트를 꺼내 놓고 크리스마스 파티의 시작을 맞이했다

같이 모여서 파티를 하자고 이야기한 뒤로 거의 한 달 동안 크리스마스만 보면서 살았는데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는 사실이 너무 웃겼다 다들 손에 선물과 디저트와 짐이 든 쇼핑백을 몇 개씩 들고 왔는데 또 가져온 만큼 다들 서로에게 선물을 받는 바람에 돌아갈 때도 그 짐 그대로 돌아갔다 손에 쥔 게 전혀 줄어들지 않은 채로

 

코코에게 선물 받은 컵과 엽서

 

저녁에는 음식을 시키고 요리도 잔뜩 해서 즐거운 한 끼를 먹었다 리조또를 만드는 게 오랜만이라 실패한 것 같아서 걱정했는데 친구들이 두 접시나 싹싹 비워서 정말 기뻤음

예쁜만큼 맛있었던 케익 ~ 살면서 먹은 생크림딸기케익 중에 제일 맛있었다 미리 예약해두길 정말 잘했다고 백 번 정도 생각함

너무 너무 사랑하는 친구들과 수다를 잔뜩 떨고 로제 사이다를 곁들여서 맛있는 음식을 잔뜩 먹고 해리포터 버전의 우노 카드로 열을 내가면서 게임을 하고 사카낙션의 忘れられないの 뮤비를 배경으로 두고 다함께 춤을 췄다 웃음소리가 종일 끊이질 않고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 귀하고 아쉬워서 잠들기가 싫었다

 

아침에는 요피가 전에 선물해준 브라운 치즈로 만든 프렌치 토스트와 두부텐더가 들어간 샌드위치를 친구들에게 대접했다 친구들은 아침을 먹고도 한참을 떠들다가 부른 배를 두드리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선물교환식에서 받은 선물 그리고 따로 받은 선물들까지

소영에게서도 택배 선물을 받았다 직접 뜬 수세미와 양말들이 보송한 향기가 나는 박스에 넣어진 채로 집까지 날아왔다 ( ^∇^) 정말 귀여워

휘낭시에 먹고 싶다고 며칠간 타령하는 나를 보고 투가 선물해준 휘낭시에도 집에 도착

 

코코가 준 컵에 사라가 준 커피 내려서 남은 케익과 함께 먹었다 이후로 며칠 동안 티타임이 엄청 즐거웠다 요피가 선물해준 쿠키와 투가 준 휘낭시에와 남은 케익까지 있어서 커피 마실 때마다 간식이 휘황찬란했다

 

어느덧 2021년도 다 끝이 났다

1월의 나를 돌이켜보면 기분이 참 그렇다 매일 같이 울기만 하던 날들도 아주 많이 있었다 그래도 시간은 정직하게 흐른다 외로운 시간도 괴로운 시간도 모두 흘러간다 나는 아마도 따뜻함은 좀 더 오래 간직하고 슬픔에는 좀 더 솔직해질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다 여전히 마음의 숙제가 잔뜩 쌓여있지만 괜찮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아무튼 나쁘지 않은 변화다

부끄러움은 훌훌 털어내고 슬픈 날엔 창문을 활짝 열어두자 마음은 바깥으로 솔직하게 꺼내두자 가끔 지나가던 누군가가 외로운 마음을 어루만져주면 그런 순간에는 모든 게 다 괜찮다고 착각하기도 해보자 괜찮다는 게 완벽하다는 건 아니니까 나는 좀 엉망진창이어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