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할 수 없던 말을 해본다

 

나는 아빠를 사랑하지 않는다

 

아빠가 싫다 어린 시절의 나를 지옥에서 살게 했던 아빠가 여전히 나를 괴롭히는 아빠가 끔찍하다 아빠가 내 인생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 아무리 속죄하고 빌어도 용서하고 싶지 않다 나한테 사과하지 말고 그냥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서 다신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미안해 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으로 내 눈 앞에서 사라진다면 좋겠다

 

스스로를 속이면서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선생님은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엉엉 울고 싶은 기분이 드는 걸 가까스로 참았고 센터를 나서는 길에 너무 지쳤다고 집에 가면 쓰러져 울기라도 해야겠다고 했더니 선생님은 그보다 반가운 말은 또 없을 거라고 했다

 

얘들아 나는 살고 싶지가 않아

 

아름다운 것들이 보이지 않아 무엇을 위해 살기로 다짐했는지 기억나지 않아 나의 우울함과 고통은 전부 죄악이라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털어놓을 수 없고 나를 죽고 싶게 만들고 내 삶은 나에게도 남에게도 전부 짐짝일 것만 같아

 

가끔은 아무한테나 전화를 걸어서 이 말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다이얼이 멈추고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리면 나는 울지 못하고 안부를 물었다 내 슬픈 마음을 털어놓기보다는 오늘 너는 무얼 했냐고 묻는 편을 택했다 지긋지긋한 습관 때문에 숨겨왔던 마음을 어디에도 고백하지 못했던 마음을 고백한다

 

나는 살고 싶은 만큼이나 죽고 싶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