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먼저 어딜 가자고 한 건 처음이었다 월미도까지 드라이브를 했다 낡고 삐걱이는 놀이기구는 사람을 둘 셋만 태우고서도 열심히 돌아갔고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는 고등학생 티가 나는 아이들이 잔뜩 모여 욕지꺼릴 해대며 담배를 뻑뻑 폈다 영종도와 월미도 사이를 잇는 배가 열심히 바다 위를 오가는 동안 바람을 맞으며 사진을 찍었다 해가 질 때는 바다에 부딪힌 주황빛 윤슬이 내내 반짝였다

 

올 한 해는 유독 헛헛했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바람처럼 잡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전부 사라진다 그렇게 흐려지는 것들과 같이 기억도 전부 사라졌으면 그래서 아무 것도 쌓이지 않았으면 기도한다